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3) -은행원의 점심시간-

거인의서재 2022. 8. 10. 21:53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시리즈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1) -은행이 하는 일-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2) -은행원의 하루-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3) -은행원의 점심시간-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4) -셔터를 내린 후, 마감시간-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오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고객들을 많이 상대할 때는 1시간에 5~6명 정도의 고객 상담을 했던 것 같다. 간단한 증명서 발급이나 예금/적금 업무의 경우에는 1인당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PM 12:00 ~ 12:50

    은행원들은 대개 교대로 밥을 먹는다. 점심시간에도 은행 문은 열려있고 고객들은 여전히 번호 호출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했던 지점은 창구 직원이 3명이었기 때문에 3교대로 점심식사를 다녀왔다. 11시 ~ 12시, 12시 ~ 1시, 1시 ~ 2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나눠서 한명씩 점심을 먹고 온다. 교대 근무 외에도 점심시간의 특징은 하나가 더 있다. 은행의 점심시간은 짧다. 신한은행의 점심시간은 50분이었다. 옆에 계셨던 차장님께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30분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인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점심시간은 60분도 짧다는 것을 말이다. 짧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무 중에 가장 길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점심은 보통 은행에 있는 작은 식당(?) 혹은 주방(?)에서 먹는다. 점심이 시간이 짧기 때문에 직원들이 빠르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식당이 마련된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식당에는 밥을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다. 아침마다 장을 봐와서 밥을 준비해주셨다. 식당에는 한달에 15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다. 시간이 꽤나 지났기 때문에 비용은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점심은 사실 조금 부실한 편이었다. 반찬을 보고 있으면, 내가 예비군 훈련을 온건지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군대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나물 반찬만 3가지가 나오거나, 라면과 공기밥만 나오는 날이 적지 않았다. 내가 낸 돈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10~15명 정도의 인원을 위해 지점별로 식당을 따로 운영해야 하니 점심의 퀄리티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식당 아주머니의 인건비도 지불해야 하니 식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가끔은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점심을 빠르게 먹고 나면 20~30분 정도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점심은 교대로 먹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카페를 가는 장면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평범한 회사원들의 점심시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직원분들은 대부분 식사를 하고 나면 작은 회의실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거나 낮잠을 자면서 점심시간을 보내셨다. 나는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고 나서 거의 산책을 나갔다. 은행에 있는 것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바람을 쐴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있었던 지점은 시골에 있어서 한적한 자연풍경을 만끽하며 산책을 하기에 좋았다. 은행 근처의 작은 천을 따라 걷다보면 잠시나마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하늘도 무척 맑았던 기억이 난다. 서울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마저도 잠깐은 잊게 해주었다.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나면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깊은 한숨과 함께 지점 문을 열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아 고객들을 바라보면 따가운 눈총이 느껴진다. 고객 대기창에는 어느새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20분 이상 대기한 고객이 발생하면 빨간불이 깜빡거린다.) 대기 인원은 13명. 선배님 한분은 잠시 후 점심식사를 가실 예정이기 때문에 남은 2명이 13명의 뜨거운 시선을 느껴야만 한다. 자리로 돌아오면 '어디가서 놀다가 이제 오느냐'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 마구 느껴진다. 빨간불을 빨리 끄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벨을 누른다. "딩동! 1037번 고객님, 5번 창구로 오십시오."

 

 

    오늘은 은행원의 점심시간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오후업무 시간과 영업 종료 후 은행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다음 편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4) -셔터를 내린 후, 마감시간-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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