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시리즈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3) -은행원의 점심시간-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4) -셔터를 내린 후, 마감시간-
아쉬운 점심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PM 12:50 ~ 4:00
은행은 4시까지 영업을 한다. 오후에는 오전과 마찬가지로 번호표를 부르고 고객분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다. 3~4시간 정도 정신없이 번호표를 호출하다보면 어느새 은행의 셔터문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의 끝이 보이는 시간이다. 셔터가 내려가면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셔터문이 내려갔다고 해서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하루는 길고, 아직 할 일은 많이 남아있다.
PM 4:00 ~ 4:30
은행이 셔터를 내린다고 해서, 고객분들을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4시 전에 은행에 들어오신 고객분들의 업무는 모두 처리해드린다. 그래서 셔터문이 내려가고 나서도 평균적으로 30분 이상은 고객업무를 진행했었다. 사람이 정말 많은 날은 5시 가까운 시간까지 업무가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있던 지점은 대출상담창구 직원이 나를 포함해 3명이었는데 평균적으로 70 ~ 80번까지 번호를 호출했었다. 정말 많이 올때는 90번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참고로 번호는 1번부터 시작한다. 다른 지점 동기들의 이야기를 참고해보면 평균은 40 ~ 50번 정도인 것 같았다.
PM 4:30 ~ 4:45
드디어 마지막 번호를 호출한다. 마지막 고객님의 업무까지 완료하고 나면 대면업무는 끝이 난다. 그리고 나면 잠깐의 달콤한 휴식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남은 업무가 많아 휴식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이때라도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금방 지칠 것이라는 생각에 지점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곤 했다. 은행 영업 시간 중에는 눈 앞에 대기하고 있는 고객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빠르게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잠깐 물을 떠오는 것이 전부다. 1~2분 정도의 짧은 휴식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고객들을 상대했었다. 나는 대면업무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항상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PM 4:45 ~ 5:15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돈을 정리하고 은행 금고의 문을 닫는 시간이다. 먼저,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받은 돈과 지급한 돈을 합산하고 남은 잔액이 정확하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남은 잔액은 아침에 받은 시제통(개인용 금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1만원권, 5만원권 등의 현금을 보관하며, 현찰거래를 위해 필요하다.)에 있는 현금을 세어서 확인한다. 10원이라도 차이가 나서는 안된다. 금액이 맞지 않는 것은 은행에서는 매우 큰일에 속한다. 만약 돈이 모자란 경우는 책상서랍부터 시작해서 온 지점을 뒤져야만 한다. 간혹 직원의 부주의로 고객에게 돈을 더 주거나 한 경우에는 본인의 돈을 채워넣기도 한다. 잔액에 이상이 없으면 현금과 각종 문서들은 모두 금고에 들어간다. 아침에 꺼냈던 현금과 동전, 외화, 통장, 수표, 대출서류 등을 모두 다시 집어넣는다. 금고에서 물건을 꺼내고 집어넣는 일은 막내의 몫이다.
PM 5:15 ~ 6:00
금고 정리가 끝났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잔업을 처리한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녀간 고객들이 놓고간 대출서류들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대출신청서를 은행 프로그램에 입력해서 대출한도를 조회하고 대출 가능여부를 고객분들께 통지해야 한다. 하루동안 들어온 신청건수가 저녁에 심사할 수 있는 건수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은데, 스트레스 가장 크게 받는 상황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컴퓨터는 자동으로 종료가 된다. 지점장님의 승인을 받아야 연장근무를 할 수 있는데, 지점의 연장근무 총합이 일정 시간을 넘어가면 지점 KPI에서 감점이 생긴다. 주어진 업무는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오늘 처리하지 못하면 고객들이 원하는 날짜에 대출을 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압박이 심했었다.
대출심사 외에도 대출심사가 완료된 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주요업무다. 대출 신청이 완료된 경우에는 고객들이 제출한 서류와 은행에서 심사한 서류를 모아서 본사(은행에서는 본점이라고 부른다.)로 보내야한다. 빠진 서류는 없는지 서류에 기입한 내용에 잘못된 내용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외에도 대출만기가 도래한 고객분들에게 만기일을 안내하고 상환을 요청하는 전화를 돌리거나 대출연장업무를 하기도 한다. 또한, 직원들이 CRM업무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분들께 안부전화를 드리거나 상품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것도 모두 업무에 포함된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처리하기에는 정말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번 미루는 것이 일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미루는 것이 쌓이니 고객분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일일이 사과하는 일에도 지쳐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연장근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나았을테지만 그랬더라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PM 6:00 ~ 6:30
6시가 됨과 동시에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 다행히도 잔업을 위해 10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지긴 한다. 혹시나 저장을 못한 상황을 대비해 추가시간을 주는 것 같다. 컴퓨터로 해야 하는 업무는 모두 6시까지 최대한 정리를 마치고 컴퓨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서류 정리 등은 이때부터 했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10분까지 모두 알뜰히 쓰고 나면 이제는 퇴근을 할 시간이다. 금고문을 점검하고 형광등을 끄고 지점 문을 걸어잠근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오늘 다 끝마치지 못한 업무에 대한 걱정을 안고서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참 길고도 짧은 하루였다는 생각과 함께 하루를 마친다.
이렇게 4편에 걸쳐서 은행원의 하루를 적어보았다. 글을 적다보니 그때의 감정들이 떠올라 이야기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진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은행 취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20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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