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2) -은행원의 하루-

거인의서재 2022. 7. 23. 16:03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시리즈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1) -은행이 하는 일-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2) -은행원의 하루-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3) -은행원의 점심시간-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4) -셔터를 내린 후, 마감시간-


 

  "지점장 나오라고 그래!"

    지점에 배치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후였던 것 같다. 옆 창구에서 불만이 가득한 고객 한 분의 거센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행의 지점은 이처럼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곳이다. 지점에 배치를 받은 은행원들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은행 내에서는 지점을 영업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지점과 영업점이라는 혼용해서 사용할 듯 하여, 미리 알린다. 

 

    AM 07:50 ~ 08:20

    은행의 공식 출근시간은 8시30분이다. 지금은 출근시간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다른 은행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점의 막내라면 대부분 이보다 훨씬 일찍 출근한다. 보통 7시 50분까지는 지점에 도착해야 한다. 지점의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점과 달리, 영업점은 직원들이 아침마다 직접 셔터를 올리고 세콤 경비를 해제해야 한다. 퇴근할 때는 마찬가지로 세콤 경비를 설정하고 셔터를 내려야 한다. 직원 몇 명이 돌아가면서 문을 열고 닫는 경우도 있고, 막내가 전담해서 문을 열고 닫는 경우도 있다. 이는 지점에 따라 다르다. 내가 근무했던 지점에서는 4~5명의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문을 열고 닫았었다. 나의 경우에는 문을 열어야 하는 날이면 지점 열쇠를 가지고 7시 50분까지 출근을 하였고, 그렇지 않은 날은 8시 20분쯤에 지점에 도착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문을 여는 일을 '세콤'이라고 불렀다. 아침 세콤 담당인 날에는 문을 열고, 지점의 불을 켠다.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고 나서는 신문을 정리했다. 지점장님 자리에 신문을 놓아두는 것까지가 '세콤'의 일이었다.

 

   왜 직원들이 지점의 문을 직접 열고 닫아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경우에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직원들이 한 두개의 건물에 모여있다. 그래서 총무팀에서 전담해서 관리를 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 수백수천명이 혜택을 볼 수 있기에 비용을 지출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은행 지점의 경우, 10~15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는 지점을 수백개씩 가지고 있고 이는 전국에 흩어져있다. 본사에서 지점 전담 관리팀을 만드는 것도 매우 비효율적이고 그렇다고 외주를 맡기기에는 비용이 크고 보안 관점에서도 리스크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지점 문을 직원들이 직접 열고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M 08:20 ~ 08:59

    8시 20분쯤이 되면 대부분의 직원분들이 출근을 하신다. 그리고 이때쯤 은행 금고의 문이 열린다. 은행 금고는 보통 은행 직원들이 앉아 있는 뒤편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일반 고객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금고 안에는 5만원, 1만원권 등 지폐가 들어있고 달러화, 위안화, 엔화 등 외국지폐들도 보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수표나 통장, 대출서류들도 보관한다. (물론, 대출서류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본점으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은행원들이 각자 사용하는 시제통이라는 것이 들어있다. 시제통은 지폐랑 동전이 들어있는 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찰거래가 있을 경우, 시제통에 있는 돈을 사용한다. 금고를 열면 시제통과 통장, 대출서류 등을 꺼내서 직원분들께 나누어 드린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이것 외에도 ATM기기를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ATM 기계에 돈을 채워주거나, ATM 기계에 돈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를 채워주어야 한다. 이것도 직원들이 직접 하는 일 중 하나다. 대부분 지점 막내가 ATM 기계도 다루게 된다. 내가 있던 지점의 경우, ATM 기계의 수가 많아서 내가 직접하지는 않았었다. 고객 응대 업무는 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 경우에는 전날 접수되었던 대출서류를 검토하는 일을 하곤 했었다.

 

 

    AM 09:00 ~ 12:00

    9시가 되기 1~2분 전쯤 지점의 셔터를 올린다. 셔터가 올라가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있던 고객분들이 지점으로 들어와서 번호표를 뽑기 시작한다. 그러면 모니터에 현재 대기 고객이 몇 명인지, 몇번까지 호출이 되었는지 그리고 고객이 몇분째 기다리고 있는지가 표시된다. 모니터 우측상단에 가로로 긴 작은 창이 하나 띄워져있는데, 이곳에 고객 대기 정보가 나온다. 참고로 고객의 대기시간이 20분이 넘어가면 이 창이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기준 시간이 20분이었는지 30분이었는지는 조금 헷갈린다. 그리고 창이 깜빡거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번호를 호출하고 고객응대 업무를 해야 한다. 키보드의 F12(이 역시도 F12가 아니었을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고객의 번호가 호출되면서 "1001번 고객님, 5번 창구로 오십시오."하는 기계음이 함께 나온다. 고객님께 "안녕하십니까? 오서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내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어떤 업무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로 고객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사실 고객이 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어떤 업무를 처리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연령, 성별, 옷차림, 들고온 서류 등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러 온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추측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추측일 뿐이다.) 그렇기에 고객의 요청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에서도 간단히 이야기했었지만 수신(예금, 적금), 여신(신용대출,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외환(환전, 송금), 상품 판매(신용카드, 펀드, 보험), 정부 기관 업무 대행(재난지원금 지급, 주택 청약 가입), 각종 증명서류 발급(잔액증명서, 부채증명서, 거래내역서), 공과금 수납 등 은행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 중 한가지를 고객이 요청하게 되면, 이에 맞는 업무처리를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적금 가입을 원하는 상황이라면 업무는 이렇게 처리된다.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나 은행에서 주력하고 있는 상품을 추천한다.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고객님이 가입을 원하다고 이야기하시면, 적금 가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컴퓨터에는 은행에서 사용하는 전용프로그램이 깔려있다. 프로그램을 열고 적금가입 페이지로 이동하면 가입기간, 납입액수, 자동이체 여부 등을 입력하게 되어있다. 고객님께 가입기간, 월 납입액, 자동이체 여부, 자동이체 계좌 등을 확인하고 나서, 프로그램에 정보를 꼼꼼히 입력한다. 그리고 나서 고객에게 가입 서류를 받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 태블릿 피시를 사용하는데, 종이 서류 대신 태블릿에 서명을 하면 된다. 서류작성  은행 전산 프로그램 등록까지 완료가 되면, 고객님께 통장을 전달드리고 다시 일어나서 "감사합니다!  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낸다. 그리고 나면 다시 다음 번호를 부르고, 은행 영업시간이 끝날  까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아침에 영업을 시작하면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고객 응대를 하게 된다. 다음 시간에는 은행원의 점심시간부터 다시 이야기해보겠다. 예/적금 상품, 대출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별도 주제로 다루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고객 응대 과정에서 있었던 개별 에피소드나 하나의 응대 과정을 담은 스토리도 별도로 다룰까한다. 은행원의 하루에서 다루다보며, 하루가 너무나 길어질 것 같다.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다음 편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은행원은 무슨 일을 할까? (3) -은행원의 점심시간-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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