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취업 이야기 시리즈
서비스 기획 취업 이야기(1) - 기획자가 되기로 마음 먹다
2020년의 가을은 XD와 함께 지나갔다. 10월 중순 쯤에 디자인이 1차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쯤 스타트업 인턴십에 지원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10월에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고 11월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다. 서비스 기획 인턴을 하고 싶었지만 공고가 그리 많지도 않았고 그나마 지원했던 몇 군데에서도 모두 불합격을 하고 말았다. 공백이 길어진다는 불안감과 광고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3개월 간은 작업 진행이 상당히 느려졌다.
어찌되었든 디자인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디자인을 하고 나니 기획서가 상당히 부실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화면을 직접 디자인하다보니 어떤 기능들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눈에 쏙쏙 잘 들어왔다. 그래서 디자인에는 있지만 기획서에는 없는 기능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처음 기획했던 것과는 다른 기능들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디자인을 보면서 기획서를 업데이트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인턴기간 동안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기획서를 고쳐나갔다.
3개월의 인턴 기간이 끝나고 2021년 2월이 되어서야 기획서가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처음 계획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늦어진 시기였다. 그리고 기획서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 이후에는 유저 테스트를 준비했다. 잠재적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용성을 평가받기 위함이었다. 먼저, XD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프로토타입은 디자인과는 또 다른 작업이라 여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테스터 모집을 위한 글을 작성해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카페로 잡았다. 참여자들에게는 1시간의 테스트에 대한 대가로 5만원을 지불했다. 4명인가 5명이 지원을 했었고 1명이 당일 불참을 했던 것 같다. 2주 동안 토요일 오전에 2명씩 테스트를 했다. 읽은 페이지 수를 기록해보세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앱에 등록해보세요와 같은 과제를 주고 사용자들이 이를 잘 수행하는지 관찰했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안과 디자인을 조금씩 다듬었다. 테스트를 2번 했으니 기획안도 2번 다듬을 기회가 있었다.
확실히 사용성 테스트를 하니 나의 생각과 사용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읽은 페이지 수를 입력할 때 어떤 사람들은 프로그레스바를 직접 드래그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페이지 수를 자판으로 입력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나의 기획안에서 프로그레스바는 사용자가 움직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무언가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사용성 테스트와 기획서 그리고 디자인 최종 업데이트가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개발만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완성된 기획서와 디자인을 가지고 다시 크몽으로 돌아갔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기획서였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였다.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