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비스기획 이야기

기획자와 데이터 분석 능력

거인의서재 2023. 3. 2. 20:58

    데이터분석은 언제나 기획자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기획자에게는 고객 행동 지표를 분석하는 일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SQL, 파이썬, R 같은 데이터 분석 언어들을 배우곤 한다. 이것들을 사용해서 고객지표를 분석할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간혹 데이터분석 능력을 데이터분석 툴을 익힘으로서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분석 툴을 다루는 능력 자체에 있지 않다. 물론, 툴을 잘 다루면 훨씬 좋다. 그러나 정말 근원적으로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오늘은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데이터분석 능력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먼저,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지표를 보아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분석해야 할 지를 알아야 한다. 사업의 실적 혹은 서비스의 실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심지표를 찾아야 한다. 모든 서비스가 같은 지표를 가지고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 사용자 수, 다운로드 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지표들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핵심 지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쿠팡, 나이키가 추적해야 하는 지표는 각각 다르다.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크게 사용하는 사업이므로 활성화 사용자 수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얼마나 서비스 내에 머무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사용을 종료한 사용자 몇 퍼센트가 다시 서비스로 돌아오는지도 중요하다. 유튜브는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라는 두 종류의 사용자가 있다. 그래서 양쪽의 지표를 모두 동시에 체크해야 할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컨텐츠 수는 얼마나 되는지, 하루에 생성되는 컨텐츠 수, 헤비 크리에이터의 수나 증가율 등을 보아야 한다. 시청자 측면에서는 활성 사용자 수, 일간 시청 시간 등이 주요지표일 것이다. 내가 담당하는 서비스에서도 이와 같이 핵심 지표가 무엇인지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행동지표와 허무지표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는 행동을 이끌어내야만 의미가 있다. 데이터를 보고 무엇을 해야할 지 판단할 수 없다면,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내가 쿠팡의 PO라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전체 다운로드 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해보자. 다운로드 수 증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표이다. 다운로드 수는 줄어들 수 없는 지표다. 누적 지표이므로 한번 올라간 숫자는 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증가해야 하는 지표이다. 그리고 이것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도 여기서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반면에, 로켓배송 실패율의 한달 새 2배로 증가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당장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신호다. 로켓배송의 쿠팡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세부 지표를 파고들어 어디서 배송 실패가 비롯되었는지 찾기 시작할 것이다. 데이터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지표가 변했을 때, 당장 액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된다.

 

    마지막은 결단력이다. 결단력은 분석능력 자체와는 조금 동떨어져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의 최종 목적은 실행이다. 우리는 실행을 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적절한 데이터를 보았다면 이를 통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가? 아니면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가?에 답을 내리고 행동해야 한다. 만약, 데이터를 보고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결국 그 동안 쏟아부었던 시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능력이 결단력이다. 데이터를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면 이를 적용해야 한다. 서비스를 개선하고 사업에 실적을 내야 한다. 그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다. 갈팡질팡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

 

    툴을 배우면서 툴을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본다면 데이터에 대한 통찰이 더 깊어질 것이다.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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