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비스기획 이야기

기획서를 대충 빨리 만들어보자

거인의서재 2022. 12. 2. 22:07

    기획서는 수정되는 일이 정말 많다. 기획팀에서 리뷰를 하면서 수정을 하고, 개발팀과 리뷰를 하면서 수정을 하고, 드물지만 디자인팀과의 리뷰를 하면서 수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쓴 기획서를 내가 다시 검토하면서 수정을 하기도 한다. 10번을 고쳐도 고치고 싶은게 남아있다. 그런데 이렇게 잦은 수정을 하다보면 리소스가 상당히 많이 소모된다. 최대한 빨리 좋은 결과물을 내야하는데 기획서를 하나씩 고치다보면 투입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와이어프레임에 디스크립션까지 고치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간다. 인사평가를 앞두고 뒤를 돌아보니 기획서를 쓰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고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벤치마킹을 하거나 솔루션을 찾는데 쏟은 시간보다 와이어프레임과 세부 디스크립션을 쓰는데 쏟은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다음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기획서 작성 방식을 좀 크게 바꿔보고 싶다.

 

    우선은 초기 기획안을 그릴 때 최대한 간략한 기획서를 작성할 생각이다. 이를 Lo-fi 와이어프레임이라고도 부를 것 같다. Low Fidelity, 낮은 충실도의 와이어프레임이라는 뜻이다. 와이어프레임을 간단하게만 그리고 상세한 디스크립션 대신 전체적인 정책을 위주로 기획서를 작성한다. 서비스를 프로세스나 핵심 기능만 나열하는 것이다. 대략적인 와이어프레임이 있어야 이해가 쉽기 때문에 와이어프레임은 들어가는 것이 맞다. 그 대신 서비스를 이해시키는데 필요한 정도까지만 구체화를 한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리뷰를 시작한다. 기획팀 리뷰를 거쳐 방향성을 수정한다. 그리고 나면 개발 리뷰를 바로 진행하는 것이다. 기획서가 완성되고 나서 개발 리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개발팀은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게되고 기획팀은 기획서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반면 낮은 충실도의 와이어프레임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이른 시점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에 개발팀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쉽고 기획팀에서는 수정사항을 받아들이기가 훨씬 용이하다.

 

    두번째는 사내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기획서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들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저 테스트를 하는 것이 사실 이상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략적인 힌트를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내가 놓쳤던 요소들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직원들도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것에도 집중할 생각이다. 최대한 다양한 조직을 돌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고 이를 기록해서 서비스 개선에 활용해보면 좋을 듯하다.

 

    아주 간단한 생각들이지만 회사의 프로세스를 관성적으로 따라가다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다. 앞으로는 업무 프로세스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하나씩 기록해두고 새로운 시도를 조금씩 더 해보아야겠다.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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