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나의 신한은행 이야기] 퇴사를 말했다. 출근 첫날이었다.

거인의서재 2023. 1. 6. 22:21

    발령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8주간의 긴긴 연수가 끝나고 나면 본사에 모여서 발령을 받는다. 발령을 받으면 바로 다음날부터 지점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부산이든 제주도든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령지를 알려준 건 오후 3시쯤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령지를 확인했을 때,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것도 당장 다음날부터 출근이니 마음을 추스릴 여유도 없었다. 당시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방을 정리하고 이사를 할 생각을 하니 짜증도 나고 화도 몰려왔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야했다.

 

    본사에서 나와 자취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에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발령 받은 지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OOO 주임, OOO 지점 OOO 지점장이에요. 저녁에 회식이 있으니 내려와요."

    "네?"

    "늦어도 되니까 천천히 와요."

 

 

전화를 끊고 나니 정신이 얼얼했다. 지금 같았으면 불참하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회식에 대한 거절을 잘하지 못했었다.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길 여유조차도 없었다. 아, 그리고 전화통화 중에는 재워줄테니 짐은 챙기지 말고 그냥 오라는 말도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나는 이미 올바른 판단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무작정 기차표를 끊고 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 그리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렇게 도착한 회식 장소에는 지점 직원분들이 계셨다. 앉아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밥은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숟갈을 들었다. 내가 들어섰을  이미 1차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2차로 자리를 옮겼고, 회식은 끝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술을 마시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심 속으로 집으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었지만,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자정이 넘은 시간 직원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노래방이었다.  충격적인 하루가 아닐  없었다. 노래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직원분들을 보며 박수를 치는  마는 둥하며 앉아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었다.

 

     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1시는 훌쩍 넘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2시쯤에는 누울  있었던  같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사택에 남는 방이 있어,  방에 몸을 뉘였었다. 말도 안되는 하루를 보내고 누워서  한참을 울었다. 마음놓고 소리내어  수도 없는 처지에 눈물이 흐르니 더더욱 서러웠다. 그렇게 울다지쳐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억지로 눈을 떠서 지점에 출근을 했다. 지점은  정신이 없는 곳이었다. 지방인구가 적다지만 은행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기하는 사람들로 꽉찬 그곳에서 선배님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하루를 보냈다. 가만히 앉아 직원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가만히 있으니  생각은  많이 들었다. 그래도 하루가 어찌어찌 지나고 나에게도 퇴근이라는 것이 주어졌다.

 

    그날 저녁  보러 오신 부모님께 퇴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은행 출근 첫날이었다. 발령 다음날의 일이었다.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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