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거인의서재 2023. 7. 1. 21:43

    장롱 구석 어딘가를 뒤적거리다 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에 썼던 스케치북을 발견할 수 있다. 스케치북을 열면 크레파스로 그린 삐뚤빼뚤한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린 시절에 그렸던 그림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이것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술은 참 어려운 주제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 무언가는 예술이라고 부르고 또 어떤 것은 분명하게도 예술이 아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를 가르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우리 주변에서 예술이 아닌 것을 한번 찾아보자. 화분이 하나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일반적인 화분이다. 이것은 예술 작품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기성품을 예술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누군가가 아주 아름다운 조각을 덧입혔다고 해보자. 이제 우리는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 둘 사이에는 아름다운 조각이라는 것의 유무 외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 화분에 새겨진 조각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걸까?

 

    하나는 새겨진 조각이 불필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조각이 없어도 화분은 유지될 수 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가 없어도 우리는 살아가는데 어떤 문제도 없다. 집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예술은 삶이나 존재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이것이 첫번째이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무언가를 우리는 예술이라 부르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충족에서 한발 더 나아간 행위 중 하나가 예술일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은 의식적이고 부가적인 행위라는 특징을 지닌다.

 

    두번째로 예술은 정서적인 가치를 준다. 누군가 만든 조각상을 볼 때의 느낌고 땅에 널부러진 돌멩이를 볼 때의 느낌이 정확히 동일하다면 이 조각상을 과연 예술 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예술은 사람들에게 생각이나 감정 등을 불러일으킬 때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니 삶에서 부가적인 것이라고 해서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예술이 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을 보고 예술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답게 생긴 바위가 있더라도 말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의지를 가지고 빚어낸 것이 아니라 자연히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이 정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사진과 소설들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논쟁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예술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이 만들었는지의 여부가 예술인지 아닌지 여부를 가리기도 하는 것이다.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그레이슨 페리 지음)"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았다. 사실, 예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바가 없었는데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이나마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예술이라는 것이 먹고 사는 일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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