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비 딕은 무엇을 상징할까?

거인의서재 2023. 5. 27. 21:54

   최근 며칠 동안 허먼 메빌의 소설 "모비 딕"을 읽었다. 모비 딕은 소설에 나오는 커다란 고래의 이름이다. 모비 딕을 잡으러 떠난 피쿼드호와 모비 딕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줄거리 외의 나머지 내용은 거의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성경이나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바탕에 많이 깔려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인 '모비 딕'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려고 한다.

 

    '모비 딕'은 어떤 의미일까? 선장 에이해브는 자신의 목숨과 맞바꿀 각오로 모비 딕을 좇는다. 그에게 모비 딕은 삶의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모비 딕과의 대결해서 패하고 선장과 배는 모두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목숨과 맞바꿔가면서까지 추구하는 삶의 목표라는 의미라고도   있을  같다. 삶에는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미는 우리가 스스로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가 삶에 부여한 의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에이해브가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역경에도 끝끝내 놓을  없는 삶의 의미 같아 보이기도 한다. 모비 딕은 영어로 Moby Dick이라고 쓴다. Moby는 '거대한'이라는 뜻이고 Dick은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풀이해보면 거대한 남성의 성기라는 뜻인데 왠지 모르게 남근 숭배 사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모비 딕이라는 이름에는 숭배의 대상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로는 모비 딕을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존재로   있다. 증오, 복수, 탐욕과 같은 것들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피쿼드호는 포경선이다. 그리고 포경선은 향유고래를 잡아 고래 기름을 얻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에이해브는 개인의 복수를 위해 포경선을 지휘한다. 모비 딕과 가까워질 수록 피쿼드호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스타벅은 파멸적인 삶의 대척점에 놓인 평화로운 삶을 보여준다. 모비 딕과 마주하기 직전의 고요한 바다도 이런 파멸을 대조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에이해브는 결국 인간의 삶을 무너뜨리는 곳으로 발길을 딛는다. 그리고  끝에는 모든 흔적이 사라진 바다만이 존재한다. 이는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 사람에게 모비 딕은 도박이  수도 있고, 친구에 대한 복수심일 수도 있다. 때로는 게임일 지도 모른다. 좇지 말아야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만의 모비 딕을 찾아나서는 사람들. 결국 인생이라는 배를 난파시키는 모습은 결코 드물지 않다.

 

    세번째는 모비 딕을 절대 악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에이해브는 정의의 사도가 되며, 스타벅은 정의를 좇는 길의 어려움을 극명하고 드러내는 존재가 된다. 선원들은 일반 대중들을 상징하는 존재가  것이다. 모비딕과 싸워왔던 포경선들은 정의를 추구하다가 실패한 선구자 혹은 패배자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에이해브는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 묵묵히 길을 얻는 수행자이다. 향유고래 기름을 채워야 한다는 기존의 진리를 거부하고,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이라는 안락함도 내팽개치는 것이다. 에이해브는 스타벅의 유혹을 이겨내고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결국 고래 등에 작살 하나를 꽂는다. 에이해브도 모비 딕을 잡는데 실패하지만 모비 딕의 등에 꽂힌 작살은 하나씩 늘어간다. 사회 정의가 단번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처럼 모비 딕을 공략하는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에이해브는 해내지 못했지만 그가 꽂은 작살 덕분에  다른 에이해브는 조금  쉽게 모비 딕을 잡을  있게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룩해낸 민주주의도 이렇게 수많은 에이해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모비 딕과 싸웠기에 우리는 모비 딕을 손에 넣은 것이다.

 

    네번째로 모비 딕을 운명이라고  수도 있다. 모비 딕은 바다의 힘을 상징한다. 그리고 바다에 떠다니는 배들은 운명 위에 떠가는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같다. 우리는 돛을 달고, 노를 젓고, 항로를 결정하여 배를 움직일  있지만 바다의 거대한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 바다와 바람을 이용할 뿐이다. 그러나 에이해브는 이를 거스르려고 했다. 모비 딕이라는 운명의 힘에 대항하려고  것이다. 때로 우리는 운명에 순응하고 운명 안에서 우리의 삶을 개척해야만 한다. 진인사대천명인 것이다. 그러나 운명까지도 거스를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우리는 파멸로 빠뜨리기도 한다. 에이해브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를 거스르려 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설령 모비 딕이라는 운명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2의,  3의 모비 딕은 등장했을 것이다. 거대한 바다에서 작은 고래 하나를 잡았다고 해서 바다를 정복했다고 말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 말고도 모비 딕이라는 상징물 하나만에도 수많은 의미가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비 딕이 하얀색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 아직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한 문학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중에 나의 지적 수준이  높아졌을 때,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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