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사회가 즐겼던 '황금기'는 일반적으로 지옥으로 가는 길의 정류장일 뿐이다."
"우리는 도전을 받아들일 때 성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침체하고 쇠퇴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이런 패턴을 보고 또 보았다. 자신들의 영토에서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지배력을 얻은 사회는 고대 이집트와 전통적인 중국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처럼 자기만족적인 고정 형태를 형성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이다. 우리가 있어야 하는 모든 것이고 우리는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알며 해야 하는 모든 것을 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죽은 문화의 자랑스러운 슬로건이다. 반면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회는 가장 역동적인 곳임이 증명되었다."
- '우주산업혁명' 중에서 -
정체된 사회는 쇠퇴기를 맞는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의 문명사회는 쇠퇴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20세기 들어 두번의 큰 전쟁을 맞이하였고 이후 한국 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쳤다. 그리고 냉전의 종말과 함께 안정기에 들어섰다. 소련과 미국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무기와 우주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켰다. 서로가 경쟁 관계에 있었기에 빠른 발전이 있을 수 있었다. 이는 세계대전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은 인류의 삶을 크게 파괴했지만 동시에 상당한 진보를 가져왔다. 하지만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진보의 속도는 조금씩 떨어졌다.
대항해시대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왜 현대사회가 빠르게 진보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쇠퇴기에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인류는 정복한 곳보다 정복하지 못한 곳이 더욱 많았다. 15세기까지만해도 유럽사회는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대륙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이를 개척하고자 하는 열망이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이것이 과학과 상업을 발달시켰다. 서부 개척시대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으로 정착지를 넓혀가면서 운송수단과 기계들이 빠른 진보를 맞게 되었다. 반면, 현대사회에는 더 이상 개척할 만한 영역이 남아있지 않다. 우리를 자극할 무언가가 지구상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북극도 남극도 바다도 사막도 모두 가보았다.
더 이상 추구할 것이 없는 사회는 서서히 죽어간다. 평화에 물들고 그저 단순한 쾌락만이 사회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인류가 우주를 열망하고 탐험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우주는 인류가 개척하지 못한 곳이고 동시에 인류가 개척할 수 있는 곳이다.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 시작된다면 인류는 다시 한번 개척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개척정신의 문명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진보를 가져온다.
이것은 '우주산업혁명'이라는 책의 막바지 나오는 내용이다. 작가인 로버트 주브린은 인류가 우주를 탐험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개척정신을 들었다. 새로운 도전없이 정체된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역사와 문명 그리고 인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측이 가능한 삶은 안정적이다. 어제와 오늘이 같고 오늘과 내일이 같다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보인다면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성은 곧 삶의 무료함을 불러온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는 직장을 앞으로 10년간 다닌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우리는 회사에서의 시간을 퇴근 후의 시간을 위해 견뎌낸다. 그리고 퇴근 후의 시간을 치킨, 맥주, 넷플릭스, 유튜브로 채운다. 뚜렷한 목표, 하고 싶은 일, 가슴 뛰는 일이 없다는 것은 곧 우리가 방금 말한 삶을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개척정신을 가지고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지 않는 삶은 문명과 마찬가지로 쇠퇴하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지루한 업무시간을 견디는 삶이지만 가슴 한 구석에 나만의 달, 화성 혹은 우주를 품는다면 삶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식물이 가득한 카페를 운영하거나,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거나, 인테리어 회사의 사장님이 되거나,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이드가 되겠다는 꿈이 마음 속에 있다면 우리의 삶은 움직이게 된다. 마치 우주를 개척하기 시작하면 로켓기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명공학, 의학, 통신, 화학, 물리, 수학 등 수많은 영역이 함께 발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퇴근 후의 시간이 달라질 것이고, 회사에서 업무를 달라보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다. 인류는 지금 우주라는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개척지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202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