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들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논리적인 판단을 완벽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모든 경우에 대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사람은 감정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비이성적인 요소들에 의해서도 판단에 영향을 받는다. 오늘은 사람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몇가지 심리적인 편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이는 "넛지"의 도입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요약한 것이다. 물론, 오늘 다룰 심리적인 편향들은 다른 책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첫번째는 어제 이야기했던 '어림 짐작'이다. 충분한 정보를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림짐작을 활용한다. 때로는 스마트폰으로 혹은 노트북으로 검색이 가능한 경우에도 말이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진 정보에 기반해서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따라서, 사람들이 선택의 맥락에서 어떤 정보를 접하느냐에 따라 선택의 결과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두번째는 '현상 유지 편향'이다. 사람들은 특별하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재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의자가 조금 불편해도 망가진게 아니라면 그대로 사용하고 목이 조금 아프더라도 모니터 받침대를 사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는 삶의 사소한 부분 뿐만 아니라 삶의 중대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퇴직연금 운용방식을 바꾼다거나 구매한 주식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대로 둔다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최초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 지는 매우 중요하다. 넛지에서는 지속적으로 '디폴트'값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는 디폴트 값이 변경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손실 회피 성향'이다.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이익을 얻었을 때 얻은 행복보다 같은 크기의 손실을 입었을 때 입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성향을 가진다. 천원짜리 물건을 얻으면 10만큼의 행복을 느낀다면, 천원짜리 물건을 빼앗겼을 때는 20만큼의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무언가가 손에 들어왔다고 느끼면 이를 잘 놓지 않으려고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풀옵션이라는 선택지를 받은 상황에서 옵션을 하나씩 빼는 것과 옵션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옵션을 하나씩 더하는 상황을 비교해보면 어떤 경우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될까? 옵션을 하나씩 빼는 선택지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아직 내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무언가를 빼앗긴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집단 동조'이다. 사람들은 주변의 평판이나 시선에 매우 많은 신경을 쓴다. 실제로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 신경쓰는 것보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훨씬 더 많이 신경쓴다.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일지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다면 나의 의견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를 알려주거나 주변 사람 중 누가 이런 것에 참여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사람들도 행동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늘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심리적 편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들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편향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편향이 발휘될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이를 조정하는 연습을 한다면 조금씩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약간의 더 합리적인 판단들이 모이면 삶을 바꾸어 놓을 만큼 큰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