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보다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 군주제를 닮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 제로 투 원, 피터 틸 지음 -
'현대적인' 조직보다 봉건적 군주제 조직이 정말로 더 큰 성과를 낼까?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왜 창업자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현대적 조직이 가지고 있는 약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에 만들어진 거대한 조직은 조직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업무가 원할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짜여진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태도나 능력이 좋지 않은 직원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조직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규칙과 절차가 존재하므로, 이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것이 특정한 개인에 의해 조직이 크게 휘둘리는 상황을 막는다. 그러나 반대로 이것은 성장에 족쇄가 되기도 한다. 성장을 위한 시급한 프로젝트가 있다하더라도 시스템을 동일하게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현대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보는 듯하다. 최악을 막기 위해 최선의 가능성도 함께 차단해버린 정치적 견제 시스템은 '현대적인' 기업들의 미래상과도 같다.
그렇기에 뛰어난 리더가 있는 경우에는 민주주의적 시스템 혹은 현대적인 시스템보다는 제정이 더욱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플라톤이 이야기했던 철인통치가 기업의 운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제정은 리더 한 사람의 역량에 의해 조직의 운명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성과의 편차가 매우 크다. 이는 역사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뛰어난 인물 한 두사람에 의해서 국력이 크게 신장되는 경우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카이사르가 이끌었던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대기업들이 신생기업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력한 리더들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자원을 집중시키고, 스스로 성과를 만들기 때문에 다른 모든 기업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관료적인 조직과 비교했을 때, 강력한 리더가 이끌어 가는 조직은 속도에서 엄청난 우위를 갖는다. 불필요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쉽게 관철시킬 수 있다. 절차라는 것은 리더조차도 반대에 부딪혀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카이사르가 집정관이 아닌 독재관의 자리를 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집정관은 2명이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독재관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또한, 누구도 독재관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위험한 권력이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리더가 옳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 리더가 뜻을 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자신의 리더십 역량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필요하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조직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가? 시장과 고객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만약 내가 '철인'의 자질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다면 철인정치를 직접 이끌어서는 안된다. 다른 철인을 찾거나 철인 정치 외의 시스템을 구상하여야 한다. 두번째는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할 때는 양극단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스템이라는 것을 양날의 검이다. 안정화를 이루기 위한 도구이기에 성장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이 한번 정착하면 이를 걷어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금이 적합한 시기인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세번째는 철인정치를 결정했을 때에 해당하는 교훈이다. 후계자를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 철인정치를 했다면, 다음 철인을 찾는 것까지가 과제이다. 카이사르가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지명하지 못했다면, 로마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철인정치는 빠른 성장보다 더 빠른 몰락도 가능하다. 잘못된 후계자가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