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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00년을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거인의서재 2022. 8. 28. 21:36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게 될까? 어제부터 '200세 시대가 온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을 보면서 정말로 인간이 2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만약, 2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리고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을까? 영생을 누린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와 같은 의문들이 생겨났다. 이는 책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질문들이다. 오늘은 수명연장과 영생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과거 그러니까 문명이 발달하기 전까지 거슬러올라가면 인류의 수명은 매우 짧았을 것이다. 이들의 기대수명이 30세 정도였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들은 아무리 빨라도 5~6세는 되어야 소일거리 정도를 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게 된다. 사춘기를 겪고 성인의 골격을 갖추려면 여기서 다시 10년 정도가 소요된다. 당시의 인류는 성장을 하는데 15년 그리고 성장을 하고 나서 15년을 보내는 셈이다. 성인이 된 후 15년 동안 생존과 번식을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만한 시점이 오면 부모들은 어느덧 죽음 문턱에 가있다. 이렇게 짧은 수명 속에서는 생존과 번식 외에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기 어렵다.

 

    역사의 시간 속에서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사회가 들어선다. 1970년대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60세 정도였다. 과거보다 30년을 더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삶의 의미와 방향도 조금은 달라졌다. 생존과 번식은 여전히 삶의 가장 큰 목표였지만,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인류에게는 남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1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은퇴 후에 여유를 즐기면서 여행을 떠나거나 소일거리를 즐기는 삶이 가능해졌다.

 

    기술 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류를 더 먼 곳까지 데려왔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83세다. (2020년 기준, 통계청) 50년 전 사람들보다 최소 20년 이상의 삶이 더 주어진다. 이렇게 늘어난 수명은 다시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는다. 이제 사람들은 더 길어진 은퇴 후의 삶을 위해, 노후 준비라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60세에 은퇴를 하던 라이프스타일에서 은퇴 후에 새롭게 창업을 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삶의 모습이 나타났다. 자식들을 성인으로 키우고 나서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더 주어졌기에 생존과 번식 외에도 새로운 목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50년 전에는 번식이 끝나면 휴식을 즐기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면, 2020년에는 그러기에 사람들에게 주어진 휴식이 너무나 길다. 문명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30년이 주어진 전부였다. 사람들은 더 많이 여행을 떠나고 운동을 즐기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하지 못했던 작은 꿈들에 도전하고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을 가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100세 시대를 외친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의학의 발달은 인류에게 100세 이후의 시간을 선물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또 다시 20년 그리고 어쩌면 30년, 4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이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일까? 여가만으로 50년, 60년을 보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나 길다. 그렇기에 피부로 느껴지는 쾌락적인 것들보다는 조금 더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들을 좇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단순한 쾌락이 주는 만족감은 이렇게 긴 시간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자아실현이라고 하는 더 큰 가치를 이루기 위한 고민이, 늘어난 시간들을 채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류에게 더 많은 가치들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이상주의적인 모습일 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느낄 수 있는 쾌락의 크기도 더 커지고,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쾌락을 좇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우리 삶을 내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지 않고 영생과도 같은 삶을 산다면 어떨까? 그때도 여전히 인류는 같은 모습을 살게 될까? 영생은 죽음을 영구히 삶의 저편으로 미루어둔 삶이다. 죽지 않는다. 무한한 삶에서는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동기가 없다. 내가 100년을 쾌락 속에서 산다해도 나에게는 무한한 삶이 아직 남아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수명을 늘리는 일은 어쩌면 사람들을 더욱 쾌락적인 삶을 즐기도록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죽음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저 멀리 20년, 30년 뒤의 시간으로 밀어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을 늦춤으로서 유한성을 깨닫는 시간도 함께 늦추어 버린다면 나중에서야 찾아오는 후회의 크기도 그와 비례해서 커질 거라 생각한다.

 

    인류의 수명은 유사 이래로 조금씩 길어져왔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선물 받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선물을 어떻게 써야할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과거의 인류가 했던 것처럼, 30년 전에 태어난 우리의 부모님들이 했던 것처럼 삶을 계획한다면 우리에게는 분명 공허의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삶의 양상은 그 사이에 또 다시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의미가 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주어진 선물이다.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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