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결혼'이다. 남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가끔씩 엿볼 수 있다. 대표주자 중 하나는 링컨의 부인이었던 메리 토드 링컨이다. 링컨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도대체 링컨은 이런 생활을 어떻게 견뎠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와 관련된 에피소드 몇가지만 들어봐도 링컨의 삶이 얼마나 끔찍했을지가 눈에 훤히 보였다. 온화한 성품으로는 항상 가장 먼저 손에 꼽히는 링컨마저도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고 하니, 그녀가 보통 인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메리 토드 링컨이 있었기에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링컨이 몇달씩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내야만 하는 순회 재판에 참석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부인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을 것이다. 집에 있는시간이 줄고 밖에서 사색을 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는 불해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가정의 불화는 삶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메리 토드는 괴팍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언제나 링컨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사소한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질투심도 강해서,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부인들과 접견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부인의 허락을 얻어야만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성격이 모나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심한 사람은 만나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
전혀 다른 유형이긴 하지만, 남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인물은 바로 클레오파트라다.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연이어 애인으로 두었던 이집트의 여왕이다. 클레오파트라는 기원전 인물이기에 아마도 그녀의 성격을 링컨 부인만큼 자세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녀는 로마의 전직 집정관이었던 안토니우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제국의 확장이라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안토니우스를 이용한다. 안토니우스는 소아시아 지방의 제국들을 이집트 아래로 편입시키고, 자신과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에게 소아시아 지방의 통치권을 나누어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로마의 전통인 개선식의 의미마저도 정통으로 깨뜨리는 처사를 행하고 만다.
여기에 클레오파트라의 영향력이 얼마나 개입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안토니우스가 그리 현명한 인물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야망이 크고 총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토니우스의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안토니우스 자신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 결국, 이들은 로마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던진 꼴이었다. 그것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로마라는 초강대국에 맞선 것은 어리석은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집트가 약소국은 아니었으나 로마에 맞설만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또한, 로마에 맞설 명분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렇듯 역사에서는 일명 '악녀'라고 불릴 만한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는 역사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결혼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다.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