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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에서 찾은 삶의 의미

거인의서재 2023. 3. 8. 21:27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유대인 수용소를 운영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죽어갔다. 차라리 짐승이 삶이 훨씬 더 인간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망만이 가득한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그리고 몇몇은 살아서 지옥의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의 경험담을 적은 책이다. 그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살아남아 이 책을 펴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첫번째 배움은 인간으로서의 의미는 외적인 것이 아닌 내면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에서의 삶을 감히 상상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나갈 수 있다고 해도 언제나갈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해서 절망과 무력에 빠지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울 것이고, 분노가 마음을 가득채울 것이다. 그리고 분노의 감정이 잦아들면 커다란 슬픔이 찾아오고 이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단계에 이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누군가는 삶의 의미와 마음의 안정을 찾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제대로 잘 수도 없다. 굳은 노역에 시달리고 병을 치료할 만한 물품과 시설도 없다. 이는 외적인 조건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인간은 내면의 힘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음을 뜻한다. 그 무엇도 그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미를 앗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삶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삶은 공허하게 바뀐다. 재물은 우리의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삶이 우리의 밖이 아닌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배움은 사람은 내일이 있기에 살아간다는 점이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미래를 빼앗긴 삶을 의미했다. 나갈 수는 있을지 혹은 얼마나 이곳에 있어야 할 지에 대해 무엇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울 수가 없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누리는 사람과는 정반대로 미래를 대비한 삶을 포기한다. 따라서 내적인 삶의 구조 전체가 변하게 된다." 미래가 없는 삶에 남는 것은 과거 뿐이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며 그곳에만 머물게 된다. 미래가 없다는 것은 곧 희망도 없음을 뜻한다. 더 나은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삶에서의 의욕과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그리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에 사람들은 모두 움직인다. 목표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공허하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기에 미래를 볼 수 없기에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삶은 불행에 조금 더 가깝다. 방황하는 사람들의 삶은 수용소에서의 삶과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은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수용소의 생활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 중 하나는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이 어디에 있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충만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는 심지어는 죽음까지 초월한다고 빅터 프랭클은 말한다. 나는 아직 그렇게 위대한 사랑을 경험해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삶의 벼랑 끝에 서있는 이들에게도 단비를 내려줄 수 있다는 것만큼은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감정이 아우슈비치에서도 빛을 밝혔던 것이다.

 

    아우슈비츠라는 끔찍한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다시 밝혀볼 수 있을 것 같다. 삶은 아우슈비츠에서도 꽃을 피웠다. 인간의 삶은 그 어디에서든 꽃을 피울 수 있다.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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