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에는 지도가 유럽인과 비유럽인을 구별해주는 차별의 경계로 보였던 것이다. 어떠한 선을 기준으로 이곳은 비유럽인이 사는 땅이고, 저곳에 사는 사람은 다른 인종이며, 또 그들은 비기독교도이자 심지어 비인간일 수도 있다는 차별 의식이 만들어진다."
-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2 (허진모 지음) -
지구상에는 5대양 6대주가 있다. 5개의 넓은 바다와 6개의 넓은 대륙이 있다. 대륙 중 가장 큰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이다. 그런데 아시아라는 대륙 구분은 누가 만든 것일까? 왜 아시아는 아시아가 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유럽인들에게서 나온다.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역사가 서술되고 있다. 이들이 세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아시아라는 말은 해가 뜨는 쪽을 이르는 Acu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시아는 때때로 중동, 극동, 근동 등으로 나뉘어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시아를 동쪽 혹은 해가 뜨는 쪽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기에 그렇다. 유럽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아라비아 왕조에서도 동쪽을 그렇게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고대와 중세 시대그리고 근대 제국들의 영향력을 고려하였을 때, 아시아를 지칭하는 말에는 유럽인들의 시각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경계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아는 거대한 대륙과 수많은 문화와 인종이 하나의 묶음을 이룬다.
문제는 이런 사소한 정의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쉽게는 월드컵만 봐도 그러하다. 월드컵 출전티켓은 대륙을 기준으로 배분된다. 역사를 배울 때 혹은 지리를 배울 때는 대륙을 기준으로 세상을 구분한다. 누군가 정해 놓은 기준이 우리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룹화와 단순화를 기반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 중 하나가 아시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륙에 대한 명칭 외에도 세상 곳곳에 놓여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볼 때 어떤 틀을 가지고 볼 것인지에 따라 해석은 천양지차가 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아무런 비판과 의심도 없이 배웠던 지식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무서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지 한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도 많다. 세상을 살면서 가끔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 정말로 지식이고 지혜인가에 대해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