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물건이 수십개나 있는데, 왜 당신 걸 사야합니까?"
마케팅 글쓰기 책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이었다. PPT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작정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정작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PPT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수십명, 수백명이나 있다. 어쩌면 수천명이나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에게 PPT를 맡겨야 할까. 첫 발은 디뎠지만 마케팅의 기본 원칙들은 아직 하나도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사업을 시작할 때 혹은 마케팅을 시작할 때 우리는 무엇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까. 가장 흔한 프레임인 STP가 그 시작이 아닐까 한다.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PPT가 필요한 고객들은 정말로 많을 것이다. 조별과제를 하는 대학생들, 학회 발표를 앞둔 대학원생, 수업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교수님, 중요한 보고를 앞둔 직장인, 투자자에게 사업을 소개해야 하는 기업의 대표 등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떠오른다. 이런 식으로 예상되는 고객의 모습이나 유형을 적어보는 것이 Segment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PPT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을 잘게 쪼개서 여러개의 그룹으로 나누어보는 것이다.
그룹이 나누어졌다면 이제는 Targeting을 해야 할 차례다. 나눠진 그룹 중 어느 집단을 집중 공략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하면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되는 메시지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없다. 나의 서비스가 가격 경쟁력에서 이점이 있고,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면 누가 적합한 타겟일까? 아마도 조별과제나 개인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이 적합할 것이다. 구매력이 낮은 계층이기도 하며, 마감에 임박해 의뢰를 맡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은 구매결정을 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Positioning이다. 포지셔닝은 세가지 전략 중 가장 추상적이다. 일종의 캐릭터나 컨셉을 구축하는 작업을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만약 내가 학교나 회사에서 '친절한 포지션/컨셉'을 잡았다면, 나의 행동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달려가서 먼저 손길을 내어주는 일이 많을 것이다. 마케팅에서의 포지셔닝도 이와 비슷하다. 나의 제품/서비스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를 명확히 한 후, 이런 이미지를 드러내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때, 제품/서비스의 컨셉이 경쟁사와 겹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우리는 PPT 디자인의 타겟을 과제를 하는 대학생으로 잡았다. 이때 중요한 컨셉은 무엇일까? 빠르고 저렴하다는 것 외에도,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는 티가 나지 않아야 한다. '남이 해준 티가 나지 않는 PPT'가 중요한 특징 중 하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메세지를 던지기 위해서, 기업보고서에 쓸 법한 슬라이드가 아니라 조금 더 투박하고 단순한 슬라이드를 레퍼런스로 내세워야 한다. 학생들이 처음 만들었던 초안에 기반해 조금만 퀄리티를 높여주는 작업을 해준다는 메시지도 같이 던지다면 명확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TP를 적용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점은 과연 무엇인지 등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가 줄 수 있는 가치, 목표하는 고객, 경쟁 우위가 모두 갖춰진다면 이후에는 마케팅 글쓰기를 기반으로 빠르게 판매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PPT 디자인도 그렇고 앞선 가구 조립도 그렇고 모두 STP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깊은 고민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보자.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