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기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죠. 성공은 고객의 문제를 푸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 마크 쿡, 코닥 갤러리 제품 부사장 -
성공하는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그것이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 물론, 마케팅만으로도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므로 결국 제품은 고객에게 가치를 주어야만 한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제품,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아무도 쓰지 않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출시가 목표인 제품 출시 프로젝트에 말이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임원진에서 제품 전략이 세워지고 여기에 맞춰서 실무진이 투입된다. 목표 출시일이 정해지고 1년이든 2년이든 출시전까지 고객 반응은 확인하지 않는다. 모두 함께 성공을 기도하며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그리고 출시한 제품이 매출을 내지 못하면 모두가 깊은 좌절을 맛본다. 제품 담당 임원은 아마도 교체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린스타트업"을 읽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미생"이다. 린스타트업의 개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테지만, 끄덕인다고 해서 회사에서의 업무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담당한 제품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프로젝트 방향성이 이미 정해졌더라도 실무진인 우리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향을 옳은 쪽으로 틀어보는 것이다. 프로젝트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방향을 틀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대기업일 수록 관료적 조직체계로 인해 기획자가 손써볼 만한 것이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주어진 것 안에서 고객에게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도대체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혹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핵심 가설을 뽑아내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출발한 바로 그 가정 위에 서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세탁을 대신 해주길 원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음식을 해서 아침마다 문 앞에 가져다주길 원할 것이다."와 같은 가정들 말이다. 그리고 각 가정들이 적합한 지 검증해볼 수 있는 MVP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는 랜딩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배너 광고가 될 수도 있고, 종이 프로토타입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가 작동할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 방향성이 이미 결정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핵심가정이 맞다고 전제하고 그보다 하위에 있는 가정들을 점검해보는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MVP가 만들어졌다면 고객에게 선보여야 한다. 스타트업이라면 빠르게 시도를 해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몇 만원 혹은 몇 십만원 정도를 투자해서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볼 수도 있고 실제로 결제하는 고객의 비중을 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처음의 가설이 맞았는지 혹은 틀렸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가설이 맞았다면 MVP를 고도화하면 되고 가설이 틀렸다면 방향성을 어떻게 틀어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 고객군이나 제품의 방향성을 정하는 상위 레벨 가설 뿐만 아니라 버튼의 위치나 색깔 혹은 CTA 문구 등과 관련된 하위 레벨 가설에도 동일하게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실무진이라면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권한이 작다면 아마도 하위 레벨 가설 검증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조차도 쉽지 않은 조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두드린다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버튼 하나, 문구 하나의 개선이 쌓여서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이 될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도 린스타트업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애자일 개발과 린스타트업 방법론과 같은 업무 방식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실, 업무 방식이라는 것은 경영진의 관심이 없다면 거의 바꿀 수 없다. 신입 사원이 해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작은 시도들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주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만족도나 활동성을 가늠해보고, 어떻게든 린 방식과 애자일 방식을 적용해보려고 애써보는 것이다. 백로그를 쌓아보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오류를 수정하듯 조그만 개선들을 해봄으로써, 작은 성과들을 쌓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애자일 조직에 갈 수 없다면, 지금 있는 조직에 애자일을 심어야 한다. 린 사고를 장착하고 내가 담당하는 제품에 작은 가치라도 더해보자.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