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하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독서모임에 갔는데, 그날 우연히 각자의 재능에 대해서 공유를 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고민 끝에 '정리'라는 키워드로 나의 재능을 설명했다.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 지, 방 정리는 어떻게 하는 지와 같은 일상 이야기였다. 그리고 "와, 정말 체계적이시네요." 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그래서 언제나 별로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당연하고도 쉬운 계획 세우기와 정리 같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이 곧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강점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의 반응 속에 나의 장점이 숨어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미쳐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계획하는 인간이다.
나의 삶은 체계적, 규칙적, 계획적인 삶이다. 일을 할 때도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왔다. 일일 계획, 주간 계획, 월간 계획, 분기 계획, 연간 계획 등이 나의 다이어리와 공책에 적혀있다. 계획이 없었던 적도 있었고, 계획이 바뀐 적도 있었고, 달성하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계획은 어떤 식으로든 세우려고 했었다. 회사에서는 노션으로 간트 차트를 만들어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이외에도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습관 관리표를 만들어 운동, 일기 쓰기, 명상 등을 했는지 매일 체크한다. 독서량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독서 기록표도 있다. 매일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기록한다. 대시보드에 가면 이번 주, 이번 달, 올해 얼마나 읽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가계부도 매일 적고 있다. 매달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얼마를 벌었는지 통계를 내고 있다. 방 정리를 할 때도 비슷한 분류의 물건끼리 모아서 작은 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비슷한 바구니를 몇 개 모아 하나의 서랍에 넣어둔다. 정돈된 상태로 방을 유지하는 편이다.
계획과 정리가 나의 장점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깨달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정리하고 체계를 잡아가는 일이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떠올리지 못했다.
이제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와 계획을 어려워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나 직장에서 계획을 세우고 정리를 하는 모습들을 공유해보면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