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자기소개를 할 때 나이, 직업, 사는 곳, 취미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정말로 나라는 존재를 대표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날 아침이었던 것 같다. 기분이 조금 다운되어 있던 날이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의욕도 없어서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운동도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생각, 행동, 말이 나를 보여주는데 만약 내가 나의 습관을 그만둔다면 나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건전한 생각과 멋진 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행동을 그만둔다면 나라는 사람은 빛을 잃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지금 다시 눈을 감고 눕는다면 이전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했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니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억지로 눈을 뜨고 불을 켰다. 그리고 다시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 나의 재산, 입는 옷, 자동차 등이 나를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결국 나의 생각, 감정, 말, 행동에 있다. 내가 오늘 운이 좋게 좋은 자동차를 몰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해보자. 자동차에 올라탔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될까? 그렇지 않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저 내가 앉아있는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다.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깔끔하게 외모를 손질하고 깔끔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나쁜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은 컵에 담아도 접시에 담아도 물일 뿐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를 감싸고 있는 무언가를 바꿈으로서 우리가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이 변하지 않는다면 변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라는 존재의 성장은 내가 가진 재산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겉모습으로 상대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본질을 진정으로 파악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안다는 것이다.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말과 행동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상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껍데기는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는 만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면에 있는 영혼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