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업종의 주식은 피하라: 피터 린치와 마이클 포터의 분석방법에 관하여
"내가 한 종목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장 인기 있는 업종에 속한 가장 주목받는 주식으로서, 가장 좋은 평판을 얻고 있으며, 카풀이나 통근 열차에서 모든 투자자가 이야기 듣다가 주위의 압력에 굴복하여 흔히 매수하게 되는 종목이다."
"인기 주식은 대개 잘 알려진 가치 기준을 벗어나서 빠르게 상승하지만, 높은 주가를 지탱해주는 것이 희망과 허공밖에 없으므로 상승할 때처럼 빠르게 떨어진다."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피터 린치) 중에서 -
책에서 피터 린치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주식 몇가지를 언급한다. 그 중 대표적인 주식이 바로 인기 업종의 인기 주식이다. 인기 업종은 당대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그런데 성장성이 높으면 이익도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데 도대체 왜 인기업종을 피해야 하는 걸까?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 유망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이 커지고 있기에 기업의 매출성장이 기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인기업종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빠르게 몰린다는 점이다. 산업이 2배씩 성장한다고 해도 경쟁자가 4배씩 증가한다면 기업의 이익은 매년 2배씩 감소할 것이다. 대개 유망한 산업에는 아주 똑똑한 인재들이 빠르게 몰린다고 한다. 똑똑한 인재들은 잘나가는 기업의 전략을 매우 빠르게 모방한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앞서 기업도 단기간에 경쟁우위를 빼앗기고 만다. 이 뿐 아니라 경쟁은 매우 높은 확률로 가격 경쟁을 불러온다. 유망하던 프린터 업체인 제록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십개의 경쟁사가 가격 경쟁으로 프린터 시장에 진출하고 나니 선두에 있던 기업도 고꾸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피터린치는 인기업종보다는 저성장 업종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또 다른 기피 대상은 고객에게 휘둘리는 회사이다. 매출의 너무 많은 부분을 소수의 고객에게 의지하는 회사를 뜻한다. 하나의 고객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그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와 거래를 시작한다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순식간에 매출의 절반을 잃게 된다. 매출의 절반을 잃으면 주가도 따라서 절반 혹은 그 이상 잃게 된다. 이런 종목들은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터 린치가 말한, 사지 말아야 하는 종목에 대해서 읽다 보니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이 생각났다. 마이클 포터의 5 Forces가 피터 린치의 분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둘 중 무엇이 더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5 Forces는 경쟁자의 위협, 공급자 위협, 소비자 위협, 신규 진입자 위협 그리고 대체제 위협으로 구성된다. 인기업종은 이 중에서 신규 진입자의 위협이 특히 높다. 두번째 기피 대상 종목은 소비자 위협과 매우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분석이 종목 분석에도 마찬가지로 유효한 듯하다.
그러면 마이클포터의 경쟁 전략을 가지고 특정 종목의 성장성을 가늠해보자. SK텔레콤을 예로 들어보겠다. 첫번째는 신규 진입자의 위협을 살펴보아야 한다. 통신업에서 신규 진입자의 위협은 매우 낮다. 통신은 대규모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므로 신생업체가 함부러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더군다나 법률적인 이슈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두번째는 경쟁자 위협이다. 국내 통신업은 SKT, KT, LGU 3사가 과점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점유율은 고정되어 있고 크게 변하지 않는 추세이다. SKT은 업계 선두주자로 규모의 경제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 이미 산업에 진입해있는 SKT 입장에서 경쟁자 위협은 매우 낮다.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업체라면 위협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세번째는 공급자 위협이다. 이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통신 장비 제조업체가 주요 공급자에 속할 것이다. 통신 장비를 소수업체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이상 공급자 위협도 높지는 않을 것이다. 네번째는 소비자 위협이다. 이는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소수의 고객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여 기업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통신업의 경우 B2C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B2B가 존재하긴 하지만 구매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 소수 업체가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위협도 매우 낮다. 마지막은 대체제의 위협이다. 통신업의 대체제는 무엇이 있을까. 통신 위성이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체제의 개념도 조금은 모호하여서 통신 위성이 대체제가 아니라 경쟁상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현재는 통신사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체제의 위협도 낮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5 Forces를 기반으로 통신업을 살펴보면 SKT은 매우 매력적인 산업에 속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이 SK텔레콤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은 피터 린치와 마이클 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마이클 포터 이야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나오긴 했지만, 둘의 분석 사이에는 분명 매우 유사한 부분이 존재한다. 나는 피터 린치의 분석 방법과 마이클 포터의 이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피터 린치의 분석법을 이론적으로 온전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종목 분석을 할 때는 마이클 포터의 이론을 적극 적용해보려고 한다.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적용해본다면 분명 큰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싶다.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