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화와 범주화의 함정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MBTI는 2~3년 전 우리나를 휩쓸었던 키워드였다. 심지어는 특정 MBTI인 사람만 지원을 해달라고 내거는 회사도 있을 정도였다. MBTI는 사람들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MBTI와 성격을 비교해보면 딱 들어맞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럴 때면 MBTI의 정확성에 대해서 놀라곤 한다. 그런데 이 MBTI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사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MBTI를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기에 MBTI 자체의 정확성이나 유효성 등에 대해서 논하기 보다는 사람들을 유형화해서 이해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세상을 이해할 때, 반복되는 패턴을 가지고 일종의 법칙을 만드는 습성이 있다. 자연과학도 사회과학도 모두 반복되는 패턴 속에도 인과성을 찾는 일이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는다는 것도 봄이 오면 꽃이 핀다는 것도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찾아낸 법칙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의 성격에 적용된 것이 바로 MBTI이다. 인간의 이러한 성향 때문인지 혈액형, 별자리에 이어 MBTI도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개념화 혹은 범주화는 세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몇가지 한계점을 가진다.
MBTI와 같은 유형들은 각 유형의 평균만으로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평균이라는 것은 평균값보다 더 큰 것도 그리고 작은 것도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평균 수심이 1미터인 강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수심이 50cm미터인 지점이 50%고 수심이 1.5미터인 지점이 50%라면 평균 수심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있을까? 유형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평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해당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유형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담지 못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특징 중 공통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담겨있을 뿐이다. 그러니 각 유형에 대한 설명이 사람들을 온전히 대표할 수 없다. 유형은 사람들을 약간 대표한다.
그런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커다란 부작용이 하나 발생한다. 개인에 대한 특성이 모여서 특정 집단 혹은 유형에 대한 개념이 생겨난 것인데, 집단에 대한 특성을 가지고 개인의 전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기성세대가 MZ세대를 볼 때, MZ세대는 이렇다고 하니 신입사원 A씨는 아마도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라고 가정을 내리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MZ세대는 앞서 말했듯이 평균값일 뿐이며, 해당 세대의 구성원들에서 추려낸 몇가지 특성을 연구자들이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니 MZ세대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을 가지고 개인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면 상당히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정치논쟁에서도 동일하게 등장한다. 진보당 지지자가 보수당 지지자를 볼 때 그리고 보수당 지지자가 진보당 지지자를 볼 때 이런 식의 프레임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해버리는 것이다. 프레임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순간 개인은 사라진다. 그래서 MZ세대에 속한 B사원의 행동을 가지고 A사원의 행동을 지레짐작하거나 A사원에게 면박을 주는 엉뚱한 일들이 발생한다. MBTI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으로부터 유형이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형화에 상당한 결함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용한 것이 유형화이다. 유형화는 우리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기반으로 해서 마케팅 이벤트를 준비하거나 타겟 고객을 정해볼 수 있다. 혹은 회사에서 직원 복지를 할 때도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 지를 추정해볼 수 있기에 이런 식의 응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접근을 함부러 해서는 안된다. 개인을 이해함에 있어서 유형화는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이지 완벽하고 절대적인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개개인에게 있어서 유형화는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MBTI와 같은 유형화 도구를 쓸 때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지 않도록 조심히 다루어야겠다.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