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 고객 데이터에 관한 생각
데이터 수집과 해석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단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어떤 고객이 들어와서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떤 물건을 사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정확하게 개선할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으면 자칫 엉뚱한 솔루션을 내놓고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몇 개의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데이터라는 키워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작성한 기획서를 곧 고객들에게 선보이게 될텐데 고객들이 정말로 만족할 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내가 제안한 기능이 정말로 회사에 그리고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데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회사는 B2B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고객 데이터를 활발히 수집하지 않는다.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성과 측정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B2B 서비스의 특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B2B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은 경영진에서 하고 사용은 실무진이 하는 양상이 가장 흔하다. 그래서 B2C에서 사용하는 퍼널 분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한가지 방법은 유료 소프트웨어들이 데이터를 측정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참고하는 것이다. 제품의 특징은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도 디지털 서비스 자체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점이 많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업들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Aha moment를 찾는다. 페이스북도 이런 방식으로 아하 모먼트를 찾았다.
그런데 아하 모먼트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모래 사장에서 구슬을 찾듯이 광범위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특별한 경향성을 도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성과를 측정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 아마도 무료 고객과 유료 고객으로 집단을 나누어 분석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각 집단별 사용률, 사용시간, 사용일수, 사용자 수 등의 지표를 비교해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게 만드는 요인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데이터에 노이즈가 많아 분석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가설을 여럿 세워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구독을 하는 고객과 구독을 중지한 고객들의 차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충성고객은 분명히 무언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일 것이다.
처음에는 큰 덩어리의 기능들을 기준으로 구매 전환에 기여하는 핵심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고객들에게 어필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두번째로는 핵심 기능을 다시 세분화해서 핵심 기능을 사용하게 하는 Aha moment를 찾는 것이다. 뎁스를 2단계로 나누어서 Aha moment의 Aha moment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를 수행하려면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얻고 싶은 데이터들의 대시보드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한 경험이 없는 조직이기에 최대한 핵심적인 지표들만 간결하게 수집해야 한다. 리소스 투입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발을 뗄 수 있다. 앞으로 틈틈이 수집이 필요한 데이터 목록, 그리고 싶은 대시보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민해보아야겠다.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