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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풀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부)

거인의서재 2023. 11. 23. 21:14
Part 2) 탑에 들어가 나츠코를 구하기까지

 

   마히토는 왜가리와 함께 탑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츠코가 갇혀있는 탑의 하층부로 들어간다. 탑에는 칼을 든 앵무새들이 가득하다. 히미의 도움을 받아 나츠코를 찾은 마히토는 앵무새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하지만 다행히도 그곳에서 무사히 빠져나온다.

   탑은 의식을 상징한다. 탑의 하층부는 의식 중에서도 우리가 감추고 싶어하는 영역이다. 부끄러운 과거, 약점, 희망이 없어 보이는 미래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나츠코는 현실 혹은 깨달음의 상징이다. 마히토가 탑의 하층에서 나츠코를 찾는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사실이나 감정들을 들추어내서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나의 과거와 현재 혹은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는 언제나 고통을 수반한다. 그리고 고통은 내가 그것을 외면해온 시간에 비례해 커진다. 고통은 자아의 방어기제이다. 만약, 고통을 뚫고 들어가 현실을 마주하면 자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현실을 외면하면서 쌓아온 새로운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큰 변화가 예상되면 이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실을 들여다볼 때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앵무새들이 칼을 들고 마히토와 히미를 위협하는 것은 마음 속의 방어기제로 해석할 수 있다.

   마히토는 결국 앵무새들의 방해를 이겨내고 나츠코를 만난다. 결국 진실을 마주한 것이다. 나츠코를 만났을 때 바람이 불고 종이가 흩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내면에서 생겨난 혼란을 상징한다. 

 

 

Part 3) 탑에 꼭대기에 오른 뒤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진실을 마주한 마히토는 이제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 탑의 주인을 만난다. 탑의 상층은 이성의 영역이다. 탑이 전체적인 모습이 바로 이 꼭대기에서 결정된다. 할아버지가 작은 블록들로 쌓아올린 탑이 이를 상징한다. 내가 스스로 결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지, 어떤 사람을 만날 지, 어떤 옷을 입을 지와 같이 의식적인 결정 혹은 내가 나에게 부여한 정체성이 여기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탑의 꼭대기에 도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탑과 세계가 무너진다. 영화에서는 할아버지의 생명이 다하여 탑이 무너질 순간이 왔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것은 마히토가 마음의 근간을 흔들었기 때문에 의식적인 영역에도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제 마히토는 자신만의 새로운 모습 혹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무너지는 세상에서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내면의 혼돈을 딛고 다시 질서를 세울 시기가 왔음을 뜻한다. 그리고 마히토는 탑 모형 블록 중 하나를 들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는 자신의 탑을 다시 세울 때 사용할 주춧돌이다. 마히토 곧 자신 만의 탑을 세울 수 있음을 암시한다.

 

 

내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마히토의 모험을 보며, 내가 겪어왔던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분명 나도 마히토처럼 외면했던 진실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마주함으로서 성장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절대 한번이 아니었다. 고통의 크기와 성장의 정도는 모두 제 각각이었지만 말이다. 인생은 이런 모험의 연속이다. 더 많은 모험을 겪은 사람만이 성장을 해서 삶을 조금 더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외면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외면하고 있는 것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불안감, 고통 등을 이유로 외면했던 것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서 한번 쯤은 들여다보자. 일단 성장한 마음의 크기는 다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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