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채워서는 안된다, 임계치를 넘겨라
헬스를 시작했던 건 작년 연말이었다. 겨울이 오기 시작할 때였고 이제 헬스 8개월차에 접어들었다.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놀라울 만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의 변화는 없었다. 변화가 분명 있기는 하지만 아쉬운 수준이다. 마른 체형이었는데 조금 덜 마른 체형 정도가 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금방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더 몸이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 종종 스치고 지나갔다.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동안 주 3회 이상 꾸준히 운동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꾸준히 헬스장에 가기는 했지만 충분한 강도를 주지 못한 때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물론 어느 정도가 나에게 적당한 강도인지를 알 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극을 주어야만 근육이 금방 성장할 수 있는데 임계점에 다다르지 못한 적이 많았기에 성장 속도가 느렸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강도를 조금 높여서 근육이 지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운동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하나의 생각이 더 머리속을 스쳤다. 이것이 과연 운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느 정도 불편함이 느껴질 만큼의 노력이 있은 뒤에야 성장이 따라오는 듯하다. 무엇을 하든 성장을 위한 임계치를 넘겨야만 하는 것이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을 넘기지 못한 반복은 성장을 가져오지 못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쉽다. 수능을 준비하는데 중학생용 문제를 매일 12시간씩 푼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리가 없다. 시간은 적절했을 지라도 난이도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내 삶에 적용해보면 내가 꾸준함을 앞세워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을 피해간 적은 없었나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주말에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사업 아이템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앉아는 있었지만 효율은 내지 못했던 적이 많다. 그저 책이나 몇 페이지 넘기고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했던 적이 많다. 힘이 들지 않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들만 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임계치를 넘기지 못했던 날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꾸준함은 당연히 따라와야 한다. 꾸준함이 있어야 임계치를 넘기는 날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꾸준함 속에서 임계치를 넘긴 날이 얼마나 되는지가 나의 성장을 결정한다. 그저 시간을 채우지 말고 그저 계획표를 채우는 것에 집중하지 말자.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깨어 있자.
202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