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 "1984(조지 오웰 지음)" 중에서 -
어제 도서관에서 세계사에 관한 책을 한권 빌렸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 제목처럼 세계사를 60 ~ 70쪽 분량의 페이지에 간결하게 압축해놓았다. 책의 분량은 이것보다는 더 길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압축했던 내용 중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꺼내어 조금 더 길게 설명해놓았다. 세계사는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목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계사는 항상 어려웠다.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재미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가장 좋지 못했다. 하나의 스토리를 머리 속에 그리지 못했던 것이 그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세계사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세계사를 정말 쉽게 머리 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광범위한 내용을 모두 담은 것은 아니지만 세계사의 중요한 흐름 중 한 대목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세계사는 결국 유럽의 역사이다. 동시대에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현대 문명의 뿌리는 유럽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강대국들의 뿌리는 모두 유럽에 닿아있다. 정치,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의 뿌리도 모두 유럽으로 향해있다. 물론 나머지 대륙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그러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럽을 보아야 한다. 유럽에 살던 사람들이 국가를 이루고, 학문을 발달시키고, 세계관을 넓혀가는 모습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세계사가 조금 더 쉬워진다. 나머지 문명들은 우선은 머리 속에 지워야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
유럽의 역사는 그리스 그리고 로마 문화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아테네와 같은 도시 국가들이 유럽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로마가 무력을 이용해 영토를 넓히고 유럽의 패권을 장악한다. 물론 이 당시에는 지금의 유럽이 아닌 곳에까지 영토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의 일부 지역도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로마는 그리스의 학문을 깊이 계승했으며 이것이 로마의 뿌리이다. 그리고 이 무렵 기독교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다. 처음에 기독교는 박해를 당했지만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서 기독교고 종교로 인정을 받게 되고 후에는 국교로 자리 잡게 된다. 유럽에 기독교가 슬며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스며든 기독교 사상은 그 후 천년 이상 유럽인들의 사고를 지배한다.
로마 제국은 5세기 말 북방의 게르만족의 침략으로 무너진다. 이로써 고대라고 부르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게르만족은 로마제국을 침략하여 지배자가 되었으나 로마 제국을 다스릴 능력이 부족했다. 이들은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살아남았던 기독교의 손을 빌린다. 사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이 기독교였기 때문이다. 교황을 위시한 기독교는 이때부터 강한 영향력을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된다. 당시의 기독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국가와 더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교황을 필두로 하여 각 지역의 교회를 관리하기 위한 사제와 교주들을 두었고 교회에는 나름의 법률과 조세 제도도 존재했다. 기독교가 국정 운영, 군사, 법률, 재정까지 관여하게 된 것이다. 십자군 전쟁도 이런 사회적 배경 아래서 치뤄졌다.
기독교의 지배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 전까지 약 천년간 이어졌다. 중세 시대는 기독교의 지배 아래 있었던 천년을 가리킨다. 로네상스 시대에 오면서 사람들의 사고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과거 그리스 시대의 철학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지식인들은 그리스인들처럼 논리와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그리고 기독교라는 것이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6세기 마틴 루터로 부터 시작된 종교 개혁과 17세기 과학혁명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교회는 권위를 크게 상실하게 된다. 이후에는 이성의 힘을 추종하는 계몽주의와 이에 반하는 사상인 낭만주의가 등장한다. 그리고 낭만주의는 이내 민족주의 사상의 기반이 된다.
이것이 세계사의 중심이 되는 유럽의 역사이다. 다시 정리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어렵게 쓴 부분들도 눈에 보인다. 그래도 책을 읽기 전에 비해서는 유럽의 역사를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역사를 보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더 많은 공부를 통해서 그런 통찰을 얻어가고 싶다.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