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이룰 수 없다
오늘 소개할 책은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웨 지음)"이다. 아웃라이어는 정규분포 곡선의 바깥에 놓여진 일반적이지 않은 데이터값을 뜻하는 단어이다. 여기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즉 성공한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다. 우리는 흔히 성공이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에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어떤 비밀이 있음을 밝힌다. 도대체 무엇이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인 것일까?
"아웃라이어"를 보면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몇가지 요인들이 있다. 가정환경, 사회적 상황(산업의 발전, 전쟁 등), 태어난 시기, 국가나 지역 단위의 문화적 특성들이 그것이다. 가정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다뤄보겠다. 아무리 똑똑한 아이들이어도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에서는 IQ가 높은 집단의 아이들을 추려 이들의 성과를 추적하는 연구를 했었는데 놀랍게도 IQ는 성공 혹은 수입과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IQ가 일정 수준(115~130) 이상에 도달하면 그 이후부터는 IQ가 더 높다고 해서 더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IQ가 높았던 아이들 중 부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아이들은 공장 노동자나 서점 점원 등 평범한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즉,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가정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에 다가서기가 힘든 것이다.
사회적 배경도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년대의 출생아 수 혹은 전쟁과 같은 커다라 사건이 이를 극적으로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1900년도 전반기에 1차 세계대전, 대공황, 2차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1900년 ~ 1905년생이라면 대학 졸업시점에 대공황을 만날 수 밖에 없었고, 이들은 직장을 구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세대에 비해 경력을 쌓기가 훨씬 더 힘들었던 것이다. 늦게 경력을 시작하거나 혹은 그러지 못했기에 이들 세대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에 1920년대 생은 행운의 세대였다. 대공황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동시대에 태어난 인구가 적다는 것은 경쟁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대공황 이후 경제가 살아나던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전후에 경제가 복구되면서 일자리 수요는 급격하게 높아졌지만 낮은 출생아 수 때문에 공급은 적었다. 이들은 좋은 대학에 더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이들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 이들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인구수가 많았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성공은 행운을 가진 소수만의 특권인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특히나 책에서 말하는 아웃라이어들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수십조, 수백조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재능만으로는 결코 그 자리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이런 결론 뒤에는 "평범한 우리들은 혹은 이런 행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은 성공에 다가갈 수 없는 것일까?" 혹은 "재능과 노력 외에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여서 성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나는 말콤 글래드웰이 언급한 성공과 관련된 요인들을 어느정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백조짜리 성공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보다 조금 작은 성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내가 타고난 것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신분이나 국가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국적을 바꿀 수도 있고, 신분에 얽매여있지도 않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접하고 싶은 문화와 훨씬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만약,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생각해보자.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 등은 소프트웨어가 막 태동하던 197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이들은 매우 좋은 시대를 타고난 것이다. 지금은 이들과 같은 행운을 가지기 어렵다. 미국에 산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느린 지역 혹은 이제 막 태동 단계에 들어선 지역에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사업을 미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기에 성공이 상당 부분 주어진 것에서 비롯된다 할 지라도 우리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아웃라이어"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법칙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성공은 타고나는 것이니 주저앉아만 있을 수도 있고, 성공에 관한 새로운 법칙을 내 삶에 적용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볼 수도 있다. 아웃라이어가 우리에게 절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줄 수도 있다고 믿는다.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