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은 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될까?
"지도자는 자신의 권한을 계급이 낮은 자에게 넘기거나 양보하고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스탈린과 히틀러는 작전의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하여 장군들을 지치고 힘들게 한 점도 비슷하였다. 작전이 실패하면 현지의 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결단력이 뛰어난 듯 보였지만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망설였고 지는 횟수가 늘어나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같았다."
- '지략의 본질' 중에서 -
리더가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조직원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지시이다. 독소전쟁 당시 히틀러와 스탈린도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다만, 스탈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군 사령관들에게 전략을 모두 일임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패배할 때까지 자신이 직접 전략에 세세하게 관여했다. 전쟁의 성패를 가른건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손자병법에도 왕이 장수의 전술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더는 리더에게 부여된 역할을 해야 한다. 실무는 실무 담당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리더가 실무에 세세한 간섭을 하게 되면 2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우선, 리더는 자신이 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리더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결정을 내리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역할에 시간을 쏟지 않고 실무진에 간섭을 하는데 시간을 쏟으면 조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두번째 문제는 실무진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다. 리더가 세세한 항목까지 지시를 하게 되면 실무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자율성이 없으면 더 이상 업무에 노력을 쏟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으로 바뀌게 된다. 마이크로 매니징의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더들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리더들은 마이크로 매니징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첫째,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위 부서에서 결과를 가져왔을 때, 세세한 점을 지적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오래 쌓은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리더가 가장 실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장 잘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은 독이 된다. 리더는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이끌고 키우는 사람이다. 조직원들에게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은 이런 기회를 박탈한다. 조직원들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또 다시 지나친 지시가 이어지고, 조직원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둘째,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리더의 역할을 실무진이 가져온 결과물을 꼼꼼히 검토해주는 것으로만 한정 지은 것이다. 이것도 리더의 역할 중 하나일 수 있으나, 이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조직의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교육하고, 때로는 평가를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리더의 역할은 다양하다. 비중을 따져보자면 결과물의 검토는 오히려 낮은 편에 속한다. 주로 승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리더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셋째, 부하 직원을 믿지 못해서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못미더운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히 지시를 했는데 엉뚱하게 일을 처리하고, 마감이 다가오는 데도 피드백은 없다. 사소한 업무인데도 실수 연발이라 일일이 점검하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리더들의 마음일 것이다. 닭과 달걀의 논쟁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와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사이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고리가 있다. 부하 직원들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시작은 신뢰에서부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한다. 한번, 두번 믿음이 깨지더라도 믿어야 한다.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믿음을 거두어버린다면 이는 직원들이 꽃피울 수 있는 잠재력까지 같이 거두어버리는 것과 같은 꼴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조직의 존망을 결정짓는 존재이다. 리더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에 항상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조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데에는 리더의 잘못된 선택 몇 번이면 충분이다.
20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