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트업 이야기] 첫 발을 떼다. 첫 출근 이야기
사회로의 첫 발을 떼다
5년 전, 크리마스마스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나는 작은 사무실 건물 앞에 서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출근한 직원들이 없었던 모양이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나는 사회로의 첫 발을 디뎠다. 이것은 나의 첫 사회생활 이야기이자,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는 5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사회 경험을 시작했다. 당시 나에게는 이상한 믿음이 하나 있었다. 취업을 하려면 인턴 경험은 필수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일단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인턴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도 너나 할 거 없이 인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믿음은 확고해졌다. 더구나 나의 목표는 경영 전략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선배들과 친구들도 고전을 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자신감이 떨어져있었다. 그러다보니, 작은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회사의 인턴을 하고 그리고 나면 정규직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도 나의 결정에 한 몫을 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업무 처리, 커리어에서의 빠른 성장, 그리고 어쩌면 받을 지도 모르는 스톡 옵션까지. 당시 나에게 스타트업은 유토피아처럼 보였다. 배달의 민족 같은 회사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드문 존재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스타트업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으면 어디나 으레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해 연말에 나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먼저 합격 전화를 받았고 출근을 하겠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과 일단 가겠다고 했으니 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중견기업의 채용전환형 인턴 전형을 중간에 포기했고, 대기업의 체험형 인턴은 합격을 했음에도 포기했다. 이 정도면 나의 환상과 기대가 충분히 설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실망스러웠던 첫 출근
하지만 젊은이의 기대와는 달리 사회는 냉담했다. 출근 첫날은 직원들 소개도 받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우두커니 시간을 보냈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온보딩 프로세스가 없는 탓에 퇴근 무렵까지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퇴근을 30분 정도 앞둔 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4개월 동안 근무를 했는데 퇴사를 하는 날까지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켜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었을 무렵에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이 회사만의 문화였다. 하필 크리스마스 연휴 때, 아마도 독감에 걸려서 크게 아팠다. 출근날까지도 낫지를 않아서 첫날은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처음 들은 업무는 무언가 아리송했다. 흥미도 생기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업무처럼 보였다. 출근 첫날은 긴장과 실망과 아픈 몸으로 뒤섞인 채 끝났다. 사실, 몸이 너무 아파서 실망감은 크게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퇴근 시간만 기다렸던 것 같다.
한 시간의 퇴근 길 끝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금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밝았다. 이제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직장인이 되었음을 느끼며,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
20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