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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타트업 이야기]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으면, 입사 후 반드시 후회한다

거인의서재 2023. 12. 23. 21:34

   스타트업 입사를 고려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혹시나 내가 스트타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지 한번 살펴보길 바랍니다. 오늘은 스타트업의 환상과 실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리고 직접 부딪히면서 내가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을까?

 

 

첫번째 환상, 빠른 커리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을 해야 커리어 성장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직무마다 특징이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보거나 같은 업무를 반복 숙달하거나 의사결정 혹은 리더십 경험을 해봄으로서 커리어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는 비교적 연차가 낮은 데도 리더가 되는 경우도 많고,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커리어 성장이 빠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빠른 성장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대기업에 비해 높다는 의미이지, 스타트업에 간다고 해서 커리어가 반드시 성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스타트업이라도 커리어는 얼마든지 정체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라도 커리어가 정체되는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를 해야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대기업이라면 마케팅 직무라도 수많은 세부 직무로 나뉘어져 있다. IR, 광고, 바이럴 마케팅, 프로모션, CRM 등을 모두 다른 팀에서 전담해서 관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 모든 것을 마케팅팀에서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IR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를 전담하는 인원이 없다면 내가 직접해야 한다.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안 될 것이 확실한 일들도 분명히 많다. 유튜브 광고 댓글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거나 고객들의 인바운드 콜을 직접 응대해야 한다면 어떨까? 전략팀이 마케팅팀의 일을 하거나 마케팅팀이 디자인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흔하다. 마케터가 포토샵으로 컨텐츠를 직접 만드는 일이 커리어 성장에 정말로 도움이 될 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항상 자율성이 보장 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적다보니 신입이라도 온보딩 기간이 거의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된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다. 대기업이라면 품의서를 올리고 타 부서에 업무 협조전을 작성해야 할 일들도 스타트업에서는 메신저 몇 번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결재를 받기보다는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만약, 높은 자율성이 보장되어서 낮은 연차일 때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업무 범위만 넓지 자율성은 없는 경우도 많다. 리더들이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라면 앞에서 언급한 장점은 사라진다. 내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경험의 질에서 차이가 난다.

 

 

두번째 환상,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이다.

 

   눈치를 봐야 연차를 쓸 수 있는 곳도 있다. 정말 자유로운 곳들도 많지만 어떤 회사는 직원들이 연차를 쓰는데 눈치를 보기도 한다. 업무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도 있었고 이어폰을 끼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곳도 있었다. 조직 문화는 정말 기업마다 크게 다르다. 모집 공고에 나와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인 곳들도 많을 것이다. 정말 수평적인지는 들어가봐야만 정확히 알 수 있다. 요즘은 잡플래닛 같은 곳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심지어 이런 리뷰조차도 기업에서 사측에 유리하도록 좋은 말만 써서 올리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환상, 예쁜 사무실과 다양한 복지가 있을 것이다.

 

   투자를 많이 받은 기업이거나 공유 오피스를 쓰는 곳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즉, 사무실 인테리어와 같은 호화로운 것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우중충하고 좁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배달의 민족의 오피스는 아웃라이어다. 이 정도 퀄리티의 사무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쁜 사무실은 생각보다 드물다. 정말 닭장 같이 생긴 사무실도 많다.

   복지도 마찬가지이다. 복지도 결국 돈에서 나온다. 스타트업이라는 말 대신 중소기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해보면 복지가 어떨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낵바나 커피 머신을 주로 내걸지만 그것이 복지의 전부일 지도 모른다.

 

 

네번째 환상, 회사가 성장하면 스톡 옵션으로 부자가 될 지도 모른다.

 

   스톡 옵션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한방을 노리는 거라면 접어두는 것이 좋다. 이는 무지개를 좇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회사가 상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 중 3분의 2가 5년 이내에 폐업을 한다. 1,000의 회사가 시작을 한다면 도대체 몇 곳이나 상장에 성공할까? 2018 ~ 2022년에 창업을 한 기업의 수는 연 평균 120만개 가량이다. 그리고 2019 ~ 2023년에 국내 신규 상장한 기업의 수는 연평균 150개 수준이다. 기업이 8천개 생기면 그 중 하나가 상장이 되는 셈이다. 

   상장이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상장은 금방되는 것이 아니다. 수 년 안에 상장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10년, 20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금방 상장이 된다고 해도 내가 스톡옵션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한다. 인원 수가 100명 정도 되는 곳에 입사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상장에 대한 대가를 몇 프로나 요구할 수 있을까? 고난의 시기를 거쳐온 직원들이 수십명일 텐데 나에게도 몫이 돌아올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내가 창립 멤버라면 당연히 상당한 지분 혹은 스톡 옵션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큰 몫을 챙길 수 없다. 개국공신들만큼의 공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상장으로 인한 한방이라는 것은 요원할 뿐이다. 당신이 20년 동안 키워서 상장을 한다고 했을 때, 겨우 1년 전에 들어온 신입사원에게도 스톡 옵션을 줄 이유가 있겠는가?

 

 

   환상에서 한발 물러나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스타트업의 현실이 조금은 눈에 그려질 것이다.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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