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앵무새와 왜가리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를 보는 내내 여러가지 의문에 빠져있었다. 주인공은 도대체 왜 탑에 들어가는 걸까, 바다는 왜 나오는 걸까라는 의문들을 가지고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추리하면서 보았던 영화이다. 난해했지만 그만큼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남겨본다.
마히토의 모험은 사람들이 각자만의 정신적인 성숙을 겪는 과정을 상징한다. 마히토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머리 속에서는 마히토의 모험과 같은 과정이 이미 몇차례씩 지나갔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위해 스토리를 시간 순서에 따라 3부분으로 나누었다.
- Part 1) 왜가리와의 만남에서부터 바다를 떠나기까지
- Part 2) 탑에 들어가 나츠코를 구하기까지
- Part 3) 탑의 정상을 오르고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Part 1) 왜가리와의 만남에서부터 바다를 떠나기까지
마히토가 시골로 내려가 왜가리를 만나던 시점으로 가보자. 왜가리를 갑자기 나타나 마히토의 관심을 끈다. 마히토는 처음에는 왜가리를 무시하려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왜가리에 이끌려 탑 안으로 들어간다. 왜가리는 우리 마음 속에 문득 생겨나는 작은 의문이나 열정 같은 것을 뜻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잘 살고 있나', '나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와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분명 있을 것이다. 마치 왜가리가 마히토의 삶에 문득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어떤 생각들은 조금 더 오래 그리고 더 자주 남는다. 마음 속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되면 우리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도한다.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거나, 때로는 혼자서 골똘히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만의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탑에 들어간 마히토는 곧 바다로 떨어진다. 바다에서 마히토는 키리코의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하루는 와라와라를 잡아먹던 펠리컨이 키리코의 집 앞에 쓰러져있는 걸 발견한다. 펠리컨은 부상을 당해 곧 숨을 거두고 마히토는 이 펠리컨을 묻어준다. 왜가리는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는지 마히토가 나츠코를 찾는 일을 도와준다. 바다는 우리 마음 속의 가장 깊은 곳인 잠재의식을 뜻한다. 바다에서는 와라와라라고 하는 조그만 생명체가 하늘 위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펠리컨들이 이 와라와라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히미는 불을 쏘아올려 왜가리들을 쫓아내 와라와라가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돕는다. 와라와라는 본능적이고 쾌락을 중시하는 이드(id)이다. 원초적 본능들은 잠재의식 밖인 하늘로 나가려는 성향을 가진다. 펠리컨은 에고(ego)이다. 이드가 지배할 경우, 사회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펠리컨은 와라와라의 수를 억제함으로서 적절한 선에서 본능을 추구하도록 돕는다. 히미는 슈퍼에고(super ego)다. 와라와라를 수를 줄이지는 않지만 펠리컨을 줄여서 이들 간의 균형을 간접적으로 맞춘다. 마히토도 처음에는 와라와라에게 마음이 가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와라와라들과 함께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죽은 펠리컨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무덤을 만들어준다. 이는 마히토의 이드와 에고가 균형을 이루게 되었음을 뜻한다. 마히토를 이끄는 존재인 왜가리를 이를 보고 마히토를 심리적 성숙의 다음 단계로 데려다 준 것이다.
(Part 1 끝.)